제목부터 심란한 기운이 풍기던 [우아한 거짓말]은 내 생각과는 달리 무섭게 환상적인 이야기를 감추고 있던 매력의 책이었다.
'발 빠른 화연이의 사과. 화연이의 말이 거짓으로 밝혀져도 상처는 내가 받았습니다. 거짓 소문은 살을 보태가면서 빠르게 퍼졌습니다. 하지만 정정된 진실은 더디게 퍼지다가 어느 순간 스르륵 사라져버렸습니다.' 21쪽 친구와 관련된 소설이라면 대부분 등장하는 소문의 무서움. 천지는 누구보다도 그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 무서움을 생각하면 과거가 보인다. 내가 했던 잘못이나, 과거에 어떤 말을 했나 걱정하기도 한다. 왜 우린 이런 무서운 보기나 사건이 있어야만 과거를 돌아보는 걸까? 사건이 발발하기 전 깨닫기 어려운 걸까. 의문이다.
만주와 미란이같이 서로 너무나도 믿고 사랑하는 친구가 천지에게 있었다면 자살까진 않지 않았을까? 조직적으로 천지를 놀리고 왕따로 만든 범인중 하나인 화연이는 읽으면 읽을수록 한대 쥐어박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가장 믿고 있던 친구에게 왕따를 당하는 천지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미안할 정도다). 소문의 무서움..친구의 무서움.. 가능하다면 내가 대신 당해주고 싶다. 읽으면서 먹먹한 가슴은 시간이 지나니 풀어졌지만 천지의 마음은 지나고 지나고, 지나도 죽고 난 후라도 풀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2라는 어린 나이에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감정을 겪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친구 화연이 때문이다. 사람들이 쉬지 않고 착하다고 칭찬한 천지인데 어떻게 그런 못된 생각을 하게 됬을까.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고 강하게 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폭력을 어떤 상황이라도 정당화될수 없다지만 말이다. 천지도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몸 안에 가두고 살고 있어도 더한 상처를 받으면 몸 밖으로 '표현'하게 된다. 범죄자들도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다만 더 참고 기다리지 못했을 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 좋겠다. 가해자도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 피해자도 언제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아한 거짓말]은 내가 읽었던 성장소설 중 역대급으로 공감되었던 책 중 하나이다. 비록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없었어도 그랬을 거다. 만주, 미란, 화연 등의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 물론 죽도록 안쓰러운 천지의 슬픈 이야기도 있지만 다 읽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 진다. 남에게 욕을 할때도 존댓말을 쓰는 착한 천지는 정말 사랑스러운 친구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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