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피면]을 읽고


[라일락 피면]은 사춘기에 들어선 10대들의 인생의 '선택'에 관한 8편의 이야기다.

첫번째 작품인 '라일락 피면'은 5.18광주사건 때에 갑작스럽게 일어난 군인의 무차별 폭력중의 '선택'이다. 군인에게 목숨을 잃은 윤희를 좋아했던 석진이는 시민군의 장례식장에서 누나의 시신을 보고 슬픈 분노를 쏟아내고 시민군에 동참하게 된다. 5.18광주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주인공은 시민군에 들어가겠구나 생각하여 전개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기대 이하였다. 처음 꺼내본 말 같은 석진의 "시, 시간 있으면 타, 탁구 치러 갈래요?"라는 말은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렇게 어색한 사이인데 좋아한다는 이유로 목숨을 걸만한 동기가 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번째 작품인 '영희가 O형을 선택한 이유'는 여자친구를 원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친구들은 관심사인 혈액형에 관해 묻고 답하고 판단한다. 그때 주인공의 짝 영희가 전혀 O형스럽지 않은 행동을 하며 자신이 O형이라 답하니 영희의 혈액형이 궁금해진 주인공과 보라가 증거를 찾으며 영희의 진짜 혈액형을 찾으려 나선다. 난 영희처럼 친구들이 심하게 몰아세우진 않았지만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이 영희의 혈액형이 상격과 맞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보자 자동스럽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물론 이야기 전체를 본다면 전혀 문제되는 것이 없지만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고쳐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5번째 작품인 '굿바이 매리 개리스마스'는 한 여자가 돈을 받고 동성애자에게 아이를 만들어 주어 태어난 보린의 이야기다. 동성애자인 폴, 한민은 동료들에게 '남자답게 털어버려'라는 말을 들은 한민이 자신은 몸은 비록 남자지만 자신의 안에 여자가 있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남자로 살 수 없다며 슬피 우는 순간 만난 인연이다. 폴과 한민은 부부가 되고 싶어 네덜란드로 떠나려 하는데 그걸 보니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너무 좋지 않다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우리의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정작 나쁜 것은 많지 않고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라일락 피면]은 10대였다면 한번쯤 겪어봤을 여러가지 고민, 문제들에 관한 8개의 이야기이니 만큼 10대인 난 정말 진지하게 보았다. [라일락 피면]의 8개의 이야기들엔 잘못된 선택을 하여 후회하는 주인공은 없었지만, 자신의 선택을 미련하게 후회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난 꼭 자신의 선택에 미련하게 후회하지 않는 10대가 되고 싶다.

10대 청춘들에게 삶의 선택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누가 일러주는 대로 살 수 있다면 무슨 고민이 있겠냐만, 세상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통하지 않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의 심연을 들여다볼 용기를 지닌 자만이 동화를 벗어나 소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좋든 싫든 누구나 그렇게 어른이 되는 것이다. - 원종찬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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