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죽음 이후]를 읽고


[첫 죽음 이후]는 테러리스트가 된 소년, 아버지 대신 스쿨버스를 운전하다 인질이 된 소녀 그리고 테러리스트에게 물건을 전하라는 임무를 맡게 된 소년. 세 명의 청소년이 한 테러의 상황에서 겪게되는 각기다른 처지, 마음 등을 다룬 이야기로 보다보면 심장이 터질듯한 신비한 내용으로 전개된다.

조국 해방을 위해 테러리스트가 되어버린 소년 마이로는 이 스쿨버스 납치 작전에서 운전사를 해치우면 어른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에 차 있었다. 하지만 납치한 운전사는 중년 사내가 아닌 매력적인 금발 소녀. 운전사의 매력에 빠져 임무에 대한 마음이 흔들려 버릴 정도로 어린 나인데 조국 해방을 위해서 테러리스트가 되다니. 테러리스트란 직업으로만 봐선 절대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 않지만 어린 나이에 조국을 위해 나서서 힘쓴다니 얼마나 안쓰럽고 또 대견한지..

책 뒤표지를 보니 '거대한 세계와 맞서는 개인들의 정체성을 탐구해온 로버트 코마이어의 대표작'이라 쓰여져 있는 것을 보고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거대한 세계'...조국을 위해 어린 나이에서부터 힘쓰는 마이로나 난생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납치를 당한 운없는 케이트..이 둘만큼이나 불행한 상황에 처해져 있지 않는다면 '거대한 세계'라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나도 그 둘의 눈꼽만큼도 못따라가지만, '거대한 세계'에 맞서 싸워가는 사람들은 정말 존경의 대표 대상들인 것 같다.

장군인 아버지의 아들 벤이 협상사건에 투입되며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건현장에 들어선 벤은 인질범의 고문에 못 이겨 아버지와 통화에서 들은 공격 개시 시간을 털어놓고 만다. 하지만 공격은 벤이 말한 시간보다 일찍 시작되고 아버지와 국가를 배신했다는 생각에 좌절하던 벤은, 사실 아버지가 벤 자신이 인질범에게 시간을 털어놓을 것을 계산하고 자신을 작전에 투입시킨 것을 깨닫는다. 읽으며 어쩌면 이런 부모가 다있지 라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책이나 가끔 실제로도 그렇고.. 자신의 직업, 계급이라는 책임을 위해 자식을 무시하는 부모는 정말 부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자식이라는 존재를 전혀 느끼지 못한 상태고, 그런 책임을 가져본적이 없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관념으론 부모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식일 텐데...

마지막으로 [첫 죽음 이후]는 각기 다른 입장에 처해 있는 세 명의 불운한 아이들의 각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신비의 책이었다. 장군인 벤의 아버지가 느끼는 책임감보다 마이로의 조국을 위해 선택한 테러리스트라는 직업..다방면에서 여러 감정들이 솟구치게 해준 참 멋진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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