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국]을 읽고


[칼자국]은 성인이 된 딸이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어머니의 지난 추억을 돌아보는 과정이 뭉클하게 표현해낸 책이다.

주인공 딸에게 어머니는 그 누구도 아닌 '칼을 쥔 여자'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이십여년간  국숫집을 해 온 어머니는 항상 손에 칼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이별은 갑작스레 닥쳐왔다. 어머니는 쓰러지기 직전에도 칼을 들고 국수를 끓이고 잇었다고 한다. 어머니와 이별한 후 '나'는 그동안 자신의 허기를 매일매일 빠짐없이 채워 주던 어머니가 이제 더 이상 곁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렇게 힘든 여생을 사시면서도 어머니는 음식에 항의하는 손님 때문에, 딸의 생각없이 내뱉는 투정 때문에 칼에 손가락을 베이는 것만큼이나 날카롭게 어머니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을 것이다. 칼에 이런 상징성을 부여한 이 작품은 정말 좋은 작품인 것 같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인생은 '내가 칼 볼 줄 안다.'라고 담담히 말할 수 있는 자부심으로 딸의 기억 속에 깃든다.

[칼자국]은 이십여 년간 국숫집을 하며 '나'를 키운 어머니의 애정 어린 삶을 그린 책이다. 김애란 작가는 한 명의 어머니로서 이 책을 썻기에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실수 있으셨던 것 같다. 어머니의 삶은 사랑이나 희생, 모성이라는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기에 더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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